질투의 시선 a. 질투의 시선 b. *시선의 개요

도혜린
질투 어린 눈으로

체리들

체리

얼핏 실눈 뜨고 보면 석류의 표면 같기도, 꼭지가 긴 사과 더미 같기도 하지만, 과일 각각은 석류보다는 탐스럽고 사과보다는 검붉다. 표면은 광택이 번쩍거릴 정도로 매끄럽지만, 150% 정도로 확대해보면 저마다 여자 손톱으로 가볍게 짓이긴 정도의 미세하게 파인 자국들도 보인다. 완벽하게 구의 형태는 아니다. 동그란 구의 정수리를 뾰족한 것으로 0.5cm 정도 살짝 누른 만큼 움푹 파여있어, 정면에서는 미세한 하트의 형태도 보인다. 그 정수리에 콕 박혀있는 꼭지도 몇몇 달려있다. 모든 알에 붙어있는 게 아닌 것을 보니, 그렇게 질기거나 강한 꼭지는 아니다. 어림잡아 3~4cm 정도로, 위아래를 잡아 길게 펴보면 딱 이쑤시개 하나 정도의 길이와 굵기와 비슷하되, 색은 연두색이다. 약간 그을린 듯 연갈색의 뭉뚝한 가장 끝부분은 조금씩 휘어져 있다. 얼핏 봐도 오십 알은 넘어 보이는 무더기에서 달콤하면서 새콤한 침샘이 고이는 과일의 냄새가 은은하게 강하게 풍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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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아래서부터는 '질투의 시선'으로바라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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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미니 해치백 SE

MINI 3-Door Hatch. 2022년 2월, 출시된 지 채 1년도 되지 않은 모델이다. 홈페이지에는 33,100,000원이라고 명시되어 있다. 높이는 바닥에서부터 1,414mm, 옆 길이는 3,876mm이다. 쨍쨍한 햇살 좋은 날씨, 서구로 보이는 거리 옆 도로 위에 가장 큰 부피와 존재감으로 주차된 있는 차량. 그림자는 차 크기의 절반 정도로 앞으로 쏟아져 그늘진다. 평균 성인 남성들이 타기엔 조금 좁지만, 여성들에게는 적당할. 경차보다는 크지만, 세단보다는 작은. 옆면의 30%는 차지하는 바퀴. 평균 차량과는 조금 차이가 있는 오묘한 크기를 가지고 있다. 표면은 매트하지 않은 광택이 흐른다. 은갈치 정장처럼 윤기는 나지만, 그보다는 좀 더 부드러우면서 밝은 고급스러운 인상이 강한 색상이다. 앰블럼이 가장 앞 콧등에 박혀있고, 그 바로 양옆으로 한쪽 팔 정도 거리에 헤드라이트가 있다. 계란형 타원 모양의 헤드라이트 안에 흰색 테두리가 얼핏 이를 생선(혹은 동물)의 눈과 유사함을 찾을 수 있다. 그렇게 헤드라이트, 앰블럼, 차량 번호판의 위치가 얼굴의 이목구비와 유사하다. 이러한 시각을 이으면, 측면의 사이드미러는 귀처럼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봉긋 솟은 부분: 창문들과 천장은 머리통으로 치환된다.

시동 거는 소리는 명쾌하지만 간결하다. 자연스럽게 묻힌다. 차 문을 여닫는 소리, 타이어가 굴러가는 소리. 클락션을 울린 적이 없는 차량의 타 소리는, 거리의 나란히 병렬된 가게들과 그 안팎에서 오가는 사람들의 소리에 자연스럽게 어울린다. 잠깐 쳐다볼 정도의 그 정도 생활 소음: 데시벨일 것이다. 내부에서는 어떤 음악을, 혹은 대화를 하고 있는지 알 수 없다. 그 어떤 잔음도 밖으로 흘러나오지 않기 때문에.

차 안에는 외관만큼의 깔끔한 새 시트의 냄새가 진동한다. 물론 이 냄새는 호불호를 낳으며, 혹은 일부에게 두통을 유발할 수도 있다. 그러나 차주에게는 사라지지 않았으면 하는 새것의 냄새일 것임이 틀림없다. 물론, 햇살이 세게 내리쬐고 있는 날씨라 내부 온도가 평균보다 높은 상태라 냄새가 더 강하게 느껴질 순 있다. 하지만 이 또한 에어컨을 틀면 금방 묻힌다. 외부의 냄새는 창문이 모두 닫혀있는 이 차량에 영향을 주지 못한다.







2022.07.04 나(우리)의 모습

‘왼쪽’과 ‘오른쪽’은 나란히 카메라를 바라보며 정면으로 서 있다. 두 사람을 중심으로 왼쪽, 오른쪽, 뒤에는 평균 3층 정도의 가정집 건물들이 보인다. ‘오른쪽’은 ‘왼쪽’보다 조금 더 뒤에 있다. 바닥을 보면, ‘오른쪽’이 바닥 네 칸 정도 더 뒤에 있다. ‘왼쪽’보다 먼저 걸어가고 있었는지, 혹은 뒤를 따라 걷고 있다 촬영된 것인지는 단정할 수 없다. ‘오른쪽’은 입을 장난스럽게 o 모양으로 벌리며 왼손은 v를 만들고, 오른손은 둘러보던 SNS 화면이 그대로 빛나는 핸드폰을 꽉 쥐고 있다. 등에 멘 백팩과 노란 가로등 색과 유사한 황토색 플리츠 치마. 그 밑으로 어깨너비 정도 벌린 두 발이 어딘가 미세하게 어정쩡한 자세처럼 보이게 만든다. 가슴까지 접어 v를 만든 왼팔 가운데에 마스크를 끼워 걸고 있다. 바로 옆, 가까운 거리에 있는 ‘왼쪽’은 두 팔을 양옆으로 붙이고 있다. 웃고 있는 입은 뭔가를 말하는 듯 약간 벌어져 있고, 눈도 미세하게 웃고 있다. 어두운색의 셔츠는 맨 위의 단추 하나만 풀려있고, 소매는 팔꿈치까지 걷혀 올라간 상태다. 어둡게 해가 져서 왼쪽 가로등 불빛 하나만이 아래의 사물들과 두 사람의 그림자를 만들고 5시의 시곗바늘처럼 각도를 조정한다. 두 사람의 우측에는 가정집 건물의 벽이 있어, 그림자는 길게 이어지다가 머리쯤에서 벽에 부딛혀 끝이난다. 이 벽돌 벽에는 다섯 개의 창문과 네 개의 실외기들이 보인다. ‘오른쪽’ 우측, 다섯, 여선칸 정도 뒤에는 두 개의 꼬깔콘 모양 노란 라바콘과, 그사이에 꽉 끼어있는 같은 노란색 빛의 양동이가 있다. 그 양동이에는 ‘주차금지’라는 글씨가 세로로 쓰여있다. 글자 간의 간격은 불규칙하고 획들에 통일성이 없으며 투박하다. 노란색 양동이에 굵은 획이 검은 글씨로 쓰여 있어 대비가 강하여 동시에 명시성도 강하다. 두 사람이 주인공처럼 중앙에 있는 사진임에도 ‘주차금지’ 글씨만은 못지않게 선명하다. 다음으로, 좌측에는 하얀색 단층집의 벽과 하나의 가로등, 벽 아래 바닥에는 연두색 식물의 화분들로 가득하다.

어두운 밤이라 비교적 고요하지만, 사람 사는 골목임을 보여주듯 잡음들은 복작거린다. 그 잡음에는 뚜렷하게 하나의 소리가 아닌, 여러 소음이 섞여 있다. 주변에서 차들과 오토바이들이 다니는 소리, 실외기에서 나는 기계 돌아가는 소리, 골목골목 사람들이 걸어 다니는 발걸음 소리, 그들이 대화하는듯한 내용을 알 수 없는 소리 등이 들린다. 그 소리 중 가장 도드라진 소리는, 잔잔한 곳에서 ‘왼쪽’과 ‘오른쪽’ 둘 다 카메라를 바라보게 포즈를 유도하는 목소리다. 여러 번 눌러대는 건지, 아이폰의 카메라 셔터 소리도 간헐적으로 들린다.

마스크를 벗은 코에서는 여름 계절을 유추할 수 있는 습한 공기에서 나는 특유의 냄새가 난다. 불쾌감을 일으킬 정도로 꿉꿉하진 않지만, 호흡에 약간의 이질감이 느껴질 정도의 습도에서 나는 고유의 향이다. 주변 가정집 혹은 근처 해방촌 맛집이라고 불리는 식당들에서 흘러나오는 음식 냄새도 간간이 맡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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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혜린이민지, 박정은, 그리고 새로운 질서와 함께합니다.